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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30 03:10

지난 68일 일본의 한 인터넷 게시판에 아키하바라에서 사람을 죽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무차별 살상극을 예고하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올라왔다. 그리고 당일 낮 1230, 일본 도쿄 번화가인 아키하바라에서 한 남자가 2t트럭을 몰고 쇼핑을 즐기고 있던 번잡한 인파 속으로 돌진했다. 이윽고 남자는 트럭에서 내려 지나가던 행인들을 닥치는대로 잡아 칼로 찔러 살해했다. "우선 차를 이용하고 이를 사용할 수 없을 때에는 칼을 사용합니다."라는 범인의 예고처럼 다분히 고의적인, 그리고 계획된 살인이었다. 나이 25, 작은 회사였지만 성실히 일하며 살아가던 평범한 젊은이였지만 붉은 피로 얼룩진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해 범인은 이렇다 할 살인의 이유도, 목표의 구분도 없었다. 목적은 단지 사람을 죽이는것 뿐이었다.

 

강원도 양구의 한 공원에서 역시 지난 4, 친구와 함께 운동을 하러 나온 여고생 K양이 30대 남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그저 세상이 싫어 아무나 죽이고 싶었다'고 말했고, 그런 충동적인 욕구에 의해 피해자는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이유와 목적도 없이 그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살해하는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발생한 묻지마 살인’의 원인는 살인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회와 주변 환경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 그러므로 묻지마 살인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사전에 어떠한 예방도 할 수도 없는 범죄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에겐 공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2000년 이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연쇄살인이 특별한 조건 없이 자행된 묻지마 살인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 공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1999년 6월부터 2000 4월까지 경남 지역 부유층을 대상으로 자행된 범인 정두영의 잔혹한 살인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10개월 동안 16번의 강도를 저질렀고 그 과정에서 9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2002년 4월 한 달여 동안 경기도 수원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위장택시 살인 사건 역시 10일 동안 6명의 여성을 무차별 강간, 살해했다.

영화 추격자의 모티브가 되었던 유영철 살인 사건의 살해 동기는 부유층에 대한 피해의식과 부인과의 이혼으로 형성된 여성에 대한 혐오증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 역시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유영철은 부녀자를 살해하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체를 15~18조각까지 토막내 땅에 묻거나 손가락을 잘라 지문을 없애는 등의 잔인함을 보였다. 또 한 그는 평소 앓고 있던 간질에 효험이 있다는 말을 믿고 살해한 피해자들의 몸에서 간을 도려내 먹었다고 밝혀 세상을 경악케 했다. 2003 9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단 10달 동안 살해한 사람의 수는 총 21. 이 밖에도 유영철은 자신이 5명을 더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피해자 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지난 2000년 정두영은 검찰 조사에서 "내 안에 악마가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유영철은 마지막 살인 후 경찰에게 붙잡힌 자리에서 만약 내가 잡히지 않았다면 100명 쯤은 거뜬히 죽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사회를 어둡고 잔인한 피의 골목으로 물들이고 있는 연쇄살인 위험은 언제나 다시금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살인의 동기들이 하나 같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각자에게 잠재돼 있는 억압된 감정의 폭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묻지마 살인'의 가능성은 다분히 위협적이다. 결국 이기를 뺀 개인주의가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이 단절된 도시가 안고 있는 폭력성은 아무도 그 위험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다름 아닌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슬픈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가령, 지금 바로 당신 옆을 서성이는 낯선 누군가가 당신이 홀로 거리를 걷고 있을 그 순간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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